은행 여수신금리 산정체계(자료=은행연합회)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해 20조~30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각에선 ‘풍선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증세 없는 재정 지출은 곧 대규모 국채 발행을 의미하는데, 이는 채권시장에서 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 완화가 그만큼 더 늦춰질 것이란 우려다.

9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대통령선거일 다음날인 4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0.101%포인트 급등한 2.894%로, 연중 최고를 찍었다. 국고채 20년물, 30년물, 50년물 금리 역시 0.1%포인트 이상 급등하며 줄줄이 연중 최고를 기록했다.

국고채 장기물 금리가 급등한 것은 새 정부가 추경 재원을 국채 발행으로 조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증세는 국민 수용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며 우선 순위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재정지출과 관련해선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내수를 진작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재정적자 확대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우리 국가 부채가 50%가 안 되는데 다른 나라들은 다 110%가 넘는다”며 재정적자 우려 목소리를 ‘무식한 소리’로 치부했다.

이에 채권 시장에선 대규모 국채 발행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2023~2024년 세수 펑크가 87조원을 넘고, 증세가 없는 한 올해도 초과 세수는 기대하기 어려워 국채 발행 외에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형편이다.

시장의 관심은 올해 국채 발행 규모다. 지난달 편성된 1차 추경(13조8000억원)을 포함한 올해 국채 발행 예상액은 약 207조원으로, 전년 대비 31% 증가한 규모다. 최근 5년 평균치(170조원)보다 40조원 가까이 많다. 여기에 2차 추경 몫으로 20조~30조원의 국채가 추가 발행되면 채권 시장은 ‘공급 과잉’ 쇼크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국채 공급이 늘어나면 수요자 우위 시장이 조성돼 금리는 올라간다. 국채 금리 상승은 시차를 두고 회사채 등 다른 장·단기물에도 영향을 끼친다. 시중은행이 발행하는 은행채 금리 역시 상승 압력을 받는다. 은행의 조달 금리 상승은 대출 금리에 빠르게 반영된다. 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일부 상쇄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정부는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해 대규모 국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채 발행이 부메랑이 돼 서민들이 고금리를 더 버티게 만드는 ‘풍선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재정적자 심화로 자칫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날에는 대출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가계, 기업, 정부 전 경제주체가 추가 비용을 감내해야 할 수도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은 은행채 외에도 고객들의 예금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한다”며 “은행채 금리가 많이 오르면 지표금리에 분명 영향이 있겠지만 대출 금리를 결정하는 요인은 그보다 더 다양하기 때문에 해당 영향이 얼마라고 명확히 추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