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 22일 ‘용산구 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사 선정총회’에서 시공사로 최종 선정된 가운데 환호하고 있다. (사진=HDC현대산업개발)
“저희가 조합원들께 드렸던 약속, ‘더 라인 330’을 반드시 작품으로 증명하겠습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베르가모 웨딩홀. 서울 도심 한복판, 개발 핵심지로 떠오른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 사업의 주인이 갈렸다. 총 396명의 조합원 중 250표(63.1%)를 확보한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이 포스코이앤씨(143표)를 제치고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 정비사업 역사상 손꼽히는 초대형 복합개발 사업지인 만큼, 현장은 조합원들의 박수와 환호로 가득 찼다.
■ 용산은 왜 ‘디벨로퍼’를 원했나…HDC 전략에 조합이 화답한 이유
단순한 시공 능력만으로는 경쟁력을 입증하기 어렵다. 이번 수주를 통해 HDC현대산업개발은 자신들이 내세운 ‘디벨로퍼’ 전략이 실제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본사부터 용산에 뿌리를 두고 있는 지역 기반, 49년간 축적된 도시정비 노하우, 용산역과 연결되는 ‘타운 매니지먼트’ 전략까지. 조합원들의 선택은 결국 설계와 금융, 도시 연결성에 이르는 ‘총체적 기획력’에 응답한 셈이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가 홍보관에서 ‘디벨로퍼’ 전략으로 지하 개발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손기호 기자)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은 단순한 재개발지가 아니다. 서울 도심에서 보기 드문 대규모 부지이자, 과거 철도 물류의 핵심이던 용산역 일대의 기능 전환 지점에 해당한다. 동쪽으로는 용산국제업무지구와 마주하고, 북쪽으로는 국립중앙박물관과 한강, 남쪽으로는 한남뉴타운과 이어지는 위치로, 향후 서울 도심개발의 축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지로 꼽힌다. 이 때문에 서울시도 해당 부지를 미래형 복합기능 도시공간으로 전환하는 데 큰 관심을 보여왔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제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40-641번지 일원 7만1901㎡ 부지에 지하 6층~지상 38층, 총 12개 동 규모로 아파트 777가구, 오피스텔 894실, 상업 및 업무시설 등을 조성에 나선다. 총사업비만 9558억원에 달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제안한 공사비는 9244억원이다. 용산역과의 물리적 연결성과 국제업무지구(YIBD), 미군기지 반환지구 등과의 공간 네트워크 형성을 고려할 때 상징성과 실익을 동시에 지닌 재개발 사업지로 평가받는다.
회사는 단지명으로 ‘더 라인 330(THE LINE 330)’을 제안했다. 단지 내를 가로지르는 330m 길이의 스카이브리지를 중심으로, 한강 조망을 극대화하고 세대당 평균 5.54평의 커뮤니티 공간, 2.5m의 대형 창호, 전 세대 조망형 욕실, 100% 대면형 스트리트형 상가 등 주거의 질을 전방위적으로 끌어올린 구성을 선보였다. 특히 약 600세대에 한강 조망이 가능한 구조를 설계하며, 입지 프리미엄을 실질적인 주거가치로 환원했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HDC현대산업개발 홍보관에 전시된 ‘더 라인 330(THE LINE 330)’ 사업 모형 (사진=손기호 기자)
■ 글로벌 협업과 조합 실익 조건까지
설계는 글로벌 파트너들과의 협업으로 진행된다. 미국의 마스터플래너 SMDP, 구조설계사 LERA, 조경을 담당할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 비주거 부문은 CBRE, 조명은 LPA가 맡는다.
여기에 파크하얏트 호텔을 유치해 고급 상업시설과 연계된 타운매니지먼트를 도입하는 점도 차별화 포인트다. 파크하얏트는 현재 국내에 단 두 곳(삼성동, 해운대)만 입점해 있다. 주거형 단지 내 유치는 사실상 HDC만이 가능한 구상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홍보관에서 완성까지 책임을 약속하고 있다.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조경), SMDP(건축디자인), LPA(경관조명) 파트너십 관계자와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참석 모습. (사진=HDC현대산업개발)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번 사업을 통해 그간 용산에서 전개한 개발 사업들을 하나의 ‘도시 스토리라인’으로 묶어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운영 중인 아이파크몰, 철도병원 부지 복합개발, 용산역 전면 지하공간 개발 등은 이번 정비창 전면1구역과 물리적, 기능적으로 연계되는 요소들이다.
이들을 연결하는 보행 동선과 상업시설 네트워크가 조성되면, 용산은 단일 단지의 범주를 넘어서는 복합 도시 공간으로 진화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HDC현산이 수립한 ‘HDC용산타운’ 구상은 단순한 마케팅 차원이 아니라, 실제 작동 가능한 도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금융조건도 조합원 눈높이에 최적화됐다. 평당 공사비는 858만원으로 경쟁사보다 낮고, 이주비는 가구당 최저 20억원, LTV(담보인정비율)는 150%를 보장한다. 조합 사업비 전체에 대해 CD+0.1%의 고정금리가 적용되며, 입주 전 80%의 환급금 지급도 약속했다.
■ 수주 경쟁의 막전막후…“지역 연계성은 HDC”
이번 수주는 단순히 조건의 우열을 넘어서 HDC현대산업개발과 포스코이앤씨 양사의 철학과 전략이 충돌한 현장이기도 했다.
두 회사는 총회 직전까지 이례적으로 대표이사가 직접 참석해 조합원들에게 인사를 전했고, 현장에는 양사의 홍보관이 나란히 설치돼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조합 내에서는 “공사 조건은 포스코, 지역성과 연계성은 HDC”라는 분석이 나왔고, 결국 조합원 다수는 사업 이후 운영·자산관리까지 아우를 수 있는 HDC의 디벨로퍼 전략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주로 HDC현산은 2025년 도시정비사업 누적 수주액 2조2262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3월 강원 원주 단계주공(4369억원), 부산 광안4구역(4196억원), 부산 연산10구역(4453억원)에 이어, 용산정비창 수주까지 이어지며 작년 한 해 도시정비 수주액(1조3331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 중이다. 업계에선 올해 HDC현산이 사실상 정비사업 1강으로 올라선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회사 측은 “시공사를 넘어 디벨로퍼다”라고 강조한다. 단순히 아파트를 짓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흐름과 공간의 가치를 설계하고 자산가치를 유지하고 높일 수 있는 기획력을 중심으로 사업에 접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합 측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영식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조합장은 “무엇보다 조합원들이 바라는 건 빠른 사업 진행”이라며 “시공사 선정을 마친 만큼 정비계획 변경과 본격 추진 일정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HDC현대산업개발은 조합과의 사전 실무 협의 과정에서 착공 시기, 인허가 일정 등 상세 로드맵을 사전에 제안하며 빠른 사업화를 약속한 바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내년 착공을 목표로 인허가 절차와 정비계획 변경 작업을 조합과 함께 본격화할 예정이다. 사업성이 높은 만큼, 시공사 선정 이후 빠른 속도로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대형 정비사업 특성상 변수도 존재한다. 인허가 과정의 예상치 못한 지연, 금리 및 공사비 상승 요인, 조합 내 갈등 가능성 등은 향후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대해 HDC 측은 “조합과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하며 상생의 자세로 일정과 품질을 모두 책임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