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전경 (사진=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그룹 조선 부문 4개사(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조선, HD현대삼호중공업)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ESG 이행 현황과 비재무 리스크 대응 성과를 공개했다. 본지가 2024년 성과를 중심으로 한 ESG 지표를 종합 비교한 결과, 각 사의 감축 노력과 사회적 책임 이행에는 온도차가 뚜렷했다. 탈탄소 전략, 안전보건 지표, 조직 다양성 등의 항목에서 각 사는 강점과 취약 지점이 교차하며 ESG 수준 차이를 드러냈다.
정기선의 HD한국조선해양…핵심 총괄 불구 자체 지표 ‘미달’
HD현대 조선 4개사는 2023년 이사회 ESG위원회를 통해 승인된 ‘탄소중립 로드맵’에 따라 2030년까지 온실가스(Scope 1·2) 28% 감축, 2040년 60%, 2050년 100% 감축을 단계적으로 이행하고 있다. 2024년 배출 실적을 살펴보면 HD현대중공업은 67만1156tCO₂eq로 감축 목표치(68만4586t)를, HD현대미포는 16만6913t으로 목표(16만9465t)를 각각 하회했다. HD현대삼호도 27만6469t으로 목표치(28만2170t) 대비 감축을 달성했다.
다만 HD한국조선해양은 그룹의 ESG 전략을 총괄하고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외부에 공개한 주체지만, 정작 자사 실적에선 아쉬움이 드러났다. 2024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8404tCO₂eq로 감축 목표치(7286t)를 초과했다. 에너지 사용량도 172톤으로 목표(149톤)를 웃돌았다. 조직 다양성 항목에서도 장애인 고용률은 0.14%에 그쳐 법정 기준(3.1%)에 미달했다. 차별·괴롭힘 신고는 2023년 1건에서 2024년 8건으로 급증했다. 전략 수립과는 별개로, 자체 ESG 실천력과 조직문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HD현대중공업, 안전지표 우수…투자 지속성은 ‘과제’
HD현대중공업은 주요 ESG 정량 지표에서 성과를 보였다. 2024년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량을 초과 달성했고, 근로자 재해율(LTIFR)도 2022년 1.504에서 2024년 0.736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그러나 에너지 사용량은 2022년 이후 매년 증가세(9887톤→1만1511톤→1만1891톤)를 보였으며, 온실가스 감축 투자금도 2022년 1242억 원에서 2024년 167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HD현대미포조선은 ESG 전반에서 균형 있는 성과를 보였다.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도 감축 목표를 달성했다. 투자 측면에서도 온실가스 감축 투자금이 2022년 8억8000만원에서 2024년 17억9000만원으로 늘었다. 인력 구조 면에선 30~50세 인력이 82.1%를 차지하며 고용 안정성을 보였지만 근로자 재해율은 3.139로 4사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023년 3.257에서 소폭 개선됐지만, 안전 관리 부문은 추가 개선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HD현대의 스마트조선소 (사진=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중공업, 안전·에너지 지표 양호…고령화 리스크 존재
HD현대삼호중공업은 안전지표에서 우수한 성과를 기록했다. 근로자 재해율은 2022년 1.927에서 2024년 0.624로 크게 감소했고, 협력사 재해율도 3년 연속 0.4%대를 유지했다.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4802톤)도 모두 감축 목표 내에 관리됐다.
장애인 고용률은 3.06%로 법정 기준(3.1%)에 근접한 수준이다. 다만 50세 이상 인력 비율이 42.1%로 그룹 내 가장 높아 고령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조직의 세대 균형과 생산성 유지 전략이 과제로 남는다.
지속가능한 조선소 위해 ESG 고도화 필수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HD현대 조선 부문은 지속가능한 해양 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ESG 경영에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고 있다”며 “경영 전반의 투명성과 기후 대응, 조직문화 개선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 가치를 실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실제 HD현대는 2024년 조선업계 최초로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세계지수에 편입되며, ESG 영역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그룹 차원의 탈탄소 전략과 친환경 선박 수주 확대, 수소연료전지 등 미래 에너지 분야 진출도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에서 드러난 온실가스 감축 이행의 편차, 안전지표의 격차, 다양성과 포용성 측면의 개선 과제는 공통된 과제로 남는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탈탄소 시대에 ESG 경쟁력이 곧 수주 경쟁력이 된다”며 “형식적 보고를 넘는 실질적 이행이 ESG 경영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