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이앤씨가 반복되는 사망 사고에 대해 CEO가 나서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전 현장의 작업을 중단했지만, 작업 재개 첫날 또다시 중대 사고가 발생했다. 더구나 포스코그룹이 회장 직속의 '그룹안전특별진단태스크포스(TF)' 출범을 선언한 지 불과 나흘 만의 인사사고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4일) 오후 1시34분께 포스코이앤씨가 시공 중인 경기 광명~서울고속도로 연장 공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의 30대 외국인 근로자 A씨가 감전 사고로 추정되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심정지 증세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고 당시 의식이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31일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예방 태스크포스(TF)와 안호영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최근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의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
이번 인명사고는 포스코이앤씨 정희민 대표이사가 사망 사고에 대한 대국민 사과에 나선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발생했다. 앞서 포스코이앤씨는 발생한 사고들에 대해 모든 현장의 작업을 일시 중단하고 안전 점검을 진행했지만, 이날 자체 판단으로 문제가 없다고 보고 공사를 재개한 첫날이었다.
포스코그룹은 올해 들어 포스코이앤씨 건설 현장에서 4명, 광양제철소에서 1명 등 총 5명의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지난달 31일 '그룹안전특별진단TF'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직속으로 운영되는 이 TF는 기존 안전관리 체계를 재점검하고 현장별 특성을 반영한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등 전사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포스코그룹은 "결과 중심 사고로 어쩔 수 없다는 접근보다 재해의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데 모든 자원과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TF가 본격 가동되기도 전에 또다시 사고가 발생하면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TF 출범과 사고 대응은 지난달 29일 이재명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이후 급박하게 추진된 측면이 있다. 당시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의 사망 사고에 대해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아니냐"며 강도 높은 질타를 쏟아내기도 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들어 건설 현장에서만 최소 4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 해당하는 현장이다. 특히 장인화 회장이 그룹 회장직에 취임한 이후에도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아서 조직 전반의 안전문화 부실과 경영진의 책임 문제가 함께 지적되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포스코이앤씨에서 또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을 놓고 강하게 지적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김 장관은 "해당 기업에 사고 재발 방지대책 마련과 이행을 직접 주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주일 만에 사고가 또 발생했다"고 전했다. 고용부는 전국 포스코이앤씨 건설현장 62개소를 대상으로 불시 감독을 철저히 이행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대한 수사도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