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이 침체의 늪에 빠지며 산업 전반에 충격이 확산 중이다. 건설사 줄도산과 고용 급감에 이어 시멘트, 인테리어 등 후방산업까지 연쇄 타격을 입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설경기 회복 없이는 전체 경기 반등도 어렵다고 경고한다.

서울 시내 한 건설 현장. (사진=연합)

■ 무너지는 건설업, 고용도 흔들린다

건설업 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산업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건설 생산을 나타내는 건설기성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5% 감소했다. 지난해 2분기(-6.0%) 이후 5개 분기 연속 감소세가 이어지며 뚜렷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건설업 부진이 계속되면서 건설사들은 줄도산 위기를 겪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 5일까지 폐업 신고된 종합건설업체는 397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62곳)보다 9.7%(35곳) 증가했다. 경기 침체와 민간 수주 감소, 고금리 부담이라는 삼중고가 겹치며 건설사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잇따른 건설사 폐업은 고용 현장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건설업 취업자는 193만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만6000명 줄었다. 이는 외환위기 여파로 27만4000명이 감소했던 1999년 상반기 이후 최대 낙폭이다. 연령대별로는 50대(-6만8000명)와 20대(-4만3000명)에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퇴직한 근로자도 크게 늘었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발간한 '2024년도 사업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공제급을 지급받은 근로자는 32만9000명으로 전년 대비 7.2% 증가한 수준이다. 퇴직자 증가에 대해 공제회는 "건설경기 침체 지속에 따른 신규 공사 감소, 고금리·고물가 등 건설사 경영 악화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한일시멘트 단양공장 전경. (사진=한일시멘트)

■ 시멘트부터 중개업까지…후방산업 연쇄 타격

건설업 침체 여파는 일자리 감소에 그치지 않고 후방산업 전반으로 충격을 확산시키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시멘트 출하량은 1888만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4% 줄었다. 상반기 출하량이 2000만t 아래로 하락한 것은 1992년(1976만t) 이후 처음이다.

인테리어 업계에도 타격이 이어졌다. 주요 건축용 자재 기업인 LX하우시스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28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6.2% 줄었다.

공인중개사 업계도 위축되고 있다. 지난달 개업 중개사는 699명이었으나 폐업·휴업한 중개사는 1039명으로 개업에 비해 50%가량 많았다.

건설업은 국내 GDP의 약 15%를 차지할 만큼 산업 규모가 크고, 생산액 10억원당 10.8명의 고용을 창출해 제조업 평균(6.5명)보다 고용 유발 효과가 막대한 산업이다. 이처럼 내수 경제와 고용에 영향력이 큰 산업이 흔들린다면 시멘트 등 관련 산업은 물론이고 내수 경기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최악의 경우 근로자 전반의 소득 감소까지 이어지며 소비 위축, 경기 둔화를 불러일으키는 악순환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 "건설 경기 회복 없인 경기 반등도 없다"

전문가들은 건설업 부진이 특정 산업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고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건설업계는 PF 자금난과 지방 미분양 문제 등 구조적 위기가 지속돼 위급한 상황"이라며 "건설업의 위기는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가 공공 인프라 투자 확대 등 산업 기반 유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6월 발표한 '경제주평'을 통해 "건설 경기 침체를 방치한 채 경제 전반 경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부동산 버블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건설투자가 건강한 펀더멘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당국의 시장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토목 부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조기 집행률을 높이고 지방 미분양 문제에 대한 개입, 공공부문 대규모 주택 공급 계획 수립과 차질 없는 발주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위기를 건설업계의 체질 개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은 경기상황에 따라 위기가 반복될 때마다 우량 기업 중심으로 업계가 재편돼왔다"며 "현재 건설업체가 지나치게 많은 만큼 생존 가능한 기업과 퇴출당할 기업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