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이앤씨의 잇단 사망사고에 정부가 면허취소 검토까지 언급하면서 강력한 제재의 뜻을 내비쳤다. 다만 원가절감 기조로 안전 비용 반영이 어려운 입찰 구조와 하도급 관행 개선 없이 제재만으로는 사고를 막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처벌과 함께 구조적으로 안전관리에 힘쓸 수 있는 개선이 이뤄져야한다는 지적이다.
산재에 대해 강경한 조치를 촉구한 이재명 대통령. (사진=연합)
■ 반복되는 사망사고…면허정지 카드 꺼낸 정부
올해 포스코이앤씨 건설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지난달 29일 이재명 대통령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언급하며 면밀한 조사와 안전점검을 지시했다. 이후 전사 안점점검이 끝난 지난 4일, 또다시 감전 사고가 발생하자 이 대통령은 "면허취소·공공입찰 금지 등 가능한 방안을 모두 검토하라"며 강경한 제재를 6일 예고했다.
정부가 고강도 제재를 예고한 배경에는 건설업의 높은 치명률이 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 137명중 건설업 사망자는 71명으로 전체의 51.8%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사망자 수와 비교할 경우 7명 늘어 10.9% 증가했다. 줄지 않는 건설 사망사고가 정부의 강경한 제재 의지를 불러왔다.
그러나 강경 처벌만으로 반복되는 산재의 고리를 끊기 어렵다. 건설 현장에서 사고가 왜 되풀이되는지 원인 진단이 먼저 진행하고 이를 해소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일 포스코이앤씨 사고 현장을 찾은 을지로위원회. (사진=연합)
■ 원가절감·불법 하도급·근로자 노령화, 사고 부르는 삼중고
건설 현장 산재는 초기 입찰 단계부터 시작된다. 공사를 입찰할 때 건설사들은 원가 절감을 요구받으며 경쟁한다. 낮은 공사비와 짧은 공사 기간을 내세워야 입찰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결국 조건을 맞추기 위해 주로 절감되는 부분은 안전관리 비용과 시간이다.
이는 공공 공사 입찰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 현대건설은 가덕도 신공항 부지 공사와 관련해 연약지반 안정화 등 안전문제로 공사비와 공사 기간 조정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이를 거절했다. 공공 공사가 입찰단계부터 안전보다 속도와 비용을 우선시한다면 민간 공사 역시 이러한 기조를 따라간다. 공사의 초기부터 안전이 희생되는 구조로 굳어지는 것이다.
공사 현장에서는 하도급 구조가 사고 위험을 키우고 근로자 안전을 위협한다. 하도급은 공정 전문성을 활용한다는 의의가 있으나 불법적인 재하도급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도급 단계가 내려갈수록 작업 단가가 낮아지며 안전 비용처럼 필수적이지 않은 부분이 삭감된다. 위험성 평가 등 핵심 안전 정보 역시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며 안전관리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정부가 불법 하도급을 안전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11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총 50일간 합동 단속에 착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장 근로자의 노령화와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도 사고를 늘리는 요소다. 50대 이상 근로자의 경우 젊은 층에 비해 신체능력이 떨어져 사고 발생률이 높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건설업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건설업 사망자 2061명중 50세 이상 비중은 78.5%(1619명)였다.
외국인 노동자는 언어 문제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만큼 안전관리의 취약점이다. 이민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외국인 근로자 가운데 건설업에 종사하는 비율은 12%에 불과하나 업무상 사고 비율은 39.8%로 높은 수준이었다.
■ "안전비용 반영 가능한 환경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구조적으로 현장 안전을 챙길 수 있도록 공사비에 안전 비용을 반영할 수 있는 입찰환경 조성과 안전투자 혜택 제공 등을 개선안으로 제시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안전 강화는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문제"라며 "제재와 함께 건설 현장에서 안전 규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역량을 길러주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더 많은 인력 등 안전관리 비용을 공사비에 포함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도급 구조에 대해서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이뤄질 경우 실제 투입되는 공사비가 줄어드는 만큼 사고 가능성이 높아지기에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산업재해 근절이라는 취지는 타당하나 영업정지 규정은 지나치게 징벌적"이라며 "중복 규제 정비와 과징금 차등화를 통해 제재 수준을 조정하고, 기업이 자발적으로 안전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