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산정호수는 사진과 같은 맑은 물을 볼 수 없다. 지하수까지 고갈돼 호수 바닥이 훤히 드러난 상태다. (사진=산정호수 홈페이지)
현재 산정호수는 사진과 같은 맑은 물을 볼 수 없다. 지하수까지 고갈돼 호수 바닥이 훤히 드러난 상태다. (사진=산정호수 홈페이지)

유명 관광지인 산정호수가 바닥을 내보였다. 농어촌공사가 농지용수 공급을 위해 산정호수 물을 모두 퍼낸 탓에 인근 주민들은 식수에 필요한 물조차 없는 상태다.

산정호수(포천시 영북면)는 1925년 조성 이후 한국농어촌공사가 줄곧 관리하고 있는 경기 북부지역 대표 관광지다. 넓이 1,537ha, 저수량은 1,923㎥로 경기 북부지역에서 가장 큰 호수이며, 매년 70여 만 명이 찾는 유명 관광지이기도 하다. 
 
이런 산정호수가 완전히 메말랐다. 농어촌공사가 농지용수 공급을 위해 산정호수의 물을 모두 퍼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산정호수 인근은 수도가 없어 주민이나 상인들 모두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는데 지하수가 고갈되는 바람에 극심한 ‘물난리’를 겪고 있다. 산정호수 물이 바닥날 정도로 물을 퍼내는 바람에 지하수까지 고갈된 것이다. 

식수 등 생활에 필요한 물조차 나오지 않는데도 농어촌공사에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주민들이 예산을 조성해 호수 주변에 관정 굴착을 시도하려했지만 이마저도 산정호수 및 주변 토지 소유권을 가진 농어촌공사가 허가를 내주지 않아 공사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지역 주민 이모(전국농민회 경기도 의장)씨가 한국농어촌공사 포천지사 김모 지사장에게 관정 굴착 허가를 요청했지만, “농어촌공사 땅에는 어떤 시설물도 설치할 수 없다”는 답변만 얻었을 뿐이다.  
 
농어촌공사는 지금까지 매년 모내기철이 되면 용수 공급을 위해 산정호수의 물을 빼곤 했지만, 호수가 바닥을 완전히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수에 물이 없으니 관광객도 많이 줄었다. 여름 관광객을 맞아야할 주민 입장에서는 가슴을 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농어촌공사의 농민을 대상으로 한 갑질은 생존을 막는 수준까지 이룬 셈이다. 
 
경기도는 2016년부터 98억 원을 들여서 한탄강 인근에 대체 농수 공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부실공사가 이어져 마무리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