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로고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인 업비트에 자금세탁방지 의무 및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 금지 의무 등을 위반한 혐의로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업비트 측은 제재 취지에 공감한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과태료 부과 수준이 결정되면 행정소송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 25일 FIU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위반한 혐의로 업비트에 신규 고객의 가상자산 이전(입고·출고)을 금지하는 영업 일부정지 처분을 결정했다. 영업 정지 기간은 다음달 7일부터 6월 6일까지로 3개월이다.
또한 FIU는 이석우 대표에게는 문책 경고를, 준법감시인을 포함한 임원 9명에게는 면직을 포함한 중징계를 통보됐다. 이번 조치안에 포함되지 않은 과태료 처분은 3월 이후 제재심 논의를 거쳐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이번 중징계는 FIU가 지난해 8월에서 10월 사이 실시한 업비트의 자금세탁방지 현장검사에서 다수의 법 위반 사례가 적발된 결과다.
대표적인 적발 사례는 고객확인제도(KYC) 위반이다. 주민등록증 등 실명확인증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초점이 맞지 않거나 빛 번짐으로 신원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원본이 아닌 인쇄·복사본·사진파일 등을 사용해 고객 확인을 완료한 사례가 3만4477건으로 나타났다.
상세 주소가 비어있거나 잘못 기재된 경우도 5785건으로 확인됐다. 고객확인 재이행 주기 내에 고객 확인을 이행하지 않고 거래를 허용한 건도 354건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고객 위험 평가 결과 자금세탁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객 확인 조치 없이 거래를 허용한 경우도 22만6558건에 달했다. 운전면허증을 통한 고객 확인 시 암호일련번호 없이 개인정보만으로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등 고객 확인을 소홀히 한 사례도 18만9504건 확인됐다.
또 수사기관이 영장을 청구한 이용자 15명의 의심 거래에 대해 FIU에 보고하지 않은 사례도 확인됐다.
업비트가 해외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 19곳과 총 4만4948건의 가상자산 이전 거래를 지원한 사실도 적발됐다. 이는 특금법상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 금지 의무를 위반한 행위다.
이에 대해 업비트 측은 멕스씨, 쿠코인 등 23곳의 미신고 거래소에 대한 가상자산 입출금을 제한하고 있으며, 2022년 8월 28일부터 2024년 8월 23일까지 총 22만7115건의 해외 미신고 거래소 대상 출금을 제한했다는 입장이다. 미신고 거래소와의 거래는 구두 지침에 따라 진행됐으며,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절차에 따라 소명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손으로 그린 신분증 3만여 건이 KYC를 통과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업비트는 해당 사례가 이미지 문자 인식 시스템(OCR) 성능을 파악하기 위한 임직원의 내부 테스트 사례일 뿐이며, 실제 KYC 사례가 아니고 당국 또한 이를 위반 사례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업비트 측은 "금융당국 제재 조치 취지에 공감하며 향후 방안을 신중히 논의 중"이라며 "이번 제재심에서 지적된 미비점을 개선해 고객들에게 더 신뢰할 수 있고 안전한 거래 환경을 제공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비트가 중징계에 해당하는 제재를 받음에 따라 아직 절차를 진행중인 가상자산사업자(VASP) 갱신심사 통과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많은 이용자들자들이 업비트를 이용하는 만큼 갱신심사는 통과할 것으로 보고있다. 다만, 이번 제재가 향후 법인 계좌 허용 시기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이로 인해 국회 등에서 끊임없이 제기된 업비트의 독과점 이슈가 해소될 지 여부 등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향후 업비트가 행정소송 등을 통해 명예회복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KYC 위반 건수로 볼 때 업비트의 과징금 규모가 수백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가상자산거래소 한빗코에서도 업비트 KYC 문제와 비슷한 사례가 발견된 바 있다. 지난해 1월 FIU는 한빗코가 고객 197명의 신원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특금법 위반을 근거로 과태료 19억9420만원 부과했다.
하지만 한빗코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은 "고객신원 확인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금융정보분석원의 주장이 증명되지 않았고, 해당 고객들이 자금세탁행위나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를 할 우려가 있다는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점"을 들어 거래소의 손을 들어줬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과태료 처분이 얼마나 나올 지가 관건"이라면서 "이번 제재가 금융당국의 독과점 해결의 의지와 맞물려 법인 계좌 허용 시기에도 어떤 영향을 줄 지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