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공급 정책이 공급량 중심에서 ‘소유 방식의 다변화’로 이동하고 있는 모양새다.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더불어민주당 최대 의원모임인 ‘경제는 민주당’의 국회 강연에서 ‘주택지분 공유제도’에 대해 이광수 광수네 복덕방 대표의 설명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 제도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주택 지분을 나누어 소유하는 민간 중심의 자산 유동화 모델이다. 임대인이 본인의 주택 일부 지분을 임차인에게 매각하고, 임차인은 해당 주택에 안정적으로 거주하면서 미래에는 전체 소유권까지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특히 임차인에게는 우선 임차권과 향후 매수청구권이 함께 부여되고, 임대인에게는 양도세 감면이나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의 세제 혜택이 뒤따를 수 있다는 장점이 강조되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 정부 국정동력 붐업!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로’ 경제는 민주당 : 코스피 5000시대 실현을 위해 민주당이 할 일 : 부동산 편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이 이광수 광수네 복덕방 대표의 강연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
■ 기존의 공공·금융 지분형 주택과 새로 제시된 민간 모델
지분형 주택은 새롭게 등장한 개념은 아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추진돼온 제도는 크게 공공 주도형, 금융기관 중심형, 그리고 최근 제안된 민간 계약형으로 나뉜다.
‘지분형 공공주택’은 공공재개발 구역에서 원주민이 공공기관과 함께 주택을 공동 소유하는 방식이다. 입주자는 초기에 일부 지분만 매입한 뒤 거주 기간 동안 점진적으로 나머지 지분을 분할 매입해 최종적으로 100% 소유권을 확보하게 된다.
이미 서울시와 경기도 등 일부 지역에서 시범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재개발 분담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원주민 보호에 효과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지분형 주택금융’은 정책금융기관이 주택 일부 지분을 투자하는 구조다. 실수요자가 주택을 매입할 때 필요한 자금의 일부를 정책금융기관이 지분 투자 형태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자비와 대출로 마련한다. 이후 해당 주택을 매각하면 시세차익은 지분율에 따라 나눠 갖는 구조다. 이 모델은 대출 부담 완화를 통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돕는 것이 핵심 목적이다.
이번에 거론되고 있는 것은 ‘주택지분 공유제도’인데, 이는 민간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자율 계약을 기반으로 한다.
임대인이 보유한 주택의 일부 지분을 임차인에게 판매하고, 임차인은 그 대가로 안정적인 거주권을 확보할 수 있다. 향후 전체 주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도 갖게 된다. 이 구조는 공공의 개입 없이 시장 주체 간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주거 안정성과 자산 축적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지분형 주택과 주택지분 공유제도 비교표. (표=손기호)
■ 정책 효과는 유사하지만, 현실적 제약…실거주자 보호 취약
세 제도 모두 실수요자 지원과 주택시장 구조 개선이라는 공통된 정책 효과를 추구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각 제도마다 뚜렷한 한계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공공주도형은 공급 구역이 제한적이고 공공재원 의존도가 높아 확산 속도가 느리다. 금융기관 중심 모델은 실효성이 있지만 매입 후 금융기관에 납부하는 ‘지분 배당금’ 성격의 월세가 부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매각 시 지분 정산을 둘러싼 구조가 복잡해 실거주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이번에 제안된 민간형 공유제도는 상대적으로 자율성과 유연성이 높지만, 법적 기반이 명확하지 않고 계약상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분쟁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제도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예를 들어 민법상 공유지분은 단독 사용권이 없고 지분 분할 청구나 공유자 간 우선매수권 등 복잡한 문제가 있다. 이러한 법리 구조는 실제 거주 과정에서 사용권과 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실거주자 보호에도 취약할 수 있다.
■ 민간 지분제의 가장 큰 과제, 법적 불확실성과 분쟁 예방
이에 민간형 주택지분 공유제도가 제도화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법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는 평가다. 임차인의 안정적 거주권을 보장하기 위해선 지분 계약에 따른 매수청구권, 우선 임차권, 사용권 등의 법적 권리가 민법이나 부동산특별법 등에서 명확히 규정돼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민간 간 자율 계약이기 때문에 계약서 내용이 곧 권리의 전부가 된다. 이는 계약서에 따라 권리 보호 수준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임대인과 임차인 간 이해관계 충돌 시 법적 해석도 분분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표준 계약서 양식 마련이나 분쟁조정 시스템 구축, 관련 조항의 입법화 등이 병행돼야 실질적인 제도화가 가능하다.
또한 세제 혜택을 통한 유인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 제도의 확산을 위해 양도소득세 감면, 종부세 완화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세제 인센티브는 결국 조세 형평성과 맞물리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책 설계 과정에서 형평성과 효과성을 모두 고려한 정교한 조율이 필요하다.
여당은 “이번 제안이 공급 확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실거주자 중심 주거 전략의 한 축이 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제도 설계 실패 시 투기적 활용이나 시장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편 민주당은 이번 제안을 시작으로 향후 후속 정책 강연과 입법 논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경제는 민주당’ 모임은 오는 15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코스피 5000 시대를 주제로 두 번째 강연을 예고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지분형 주택 모델에 대한 입법 방향성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