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브를 압연해 코일을 만드는 열연공정 (사진=포스코)
기후위기 시대, 철강산업이 짊어진 탄소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대규모 에너지와 원료를 사용하는 철강산업은 대표적인 탄소다배출 업종으로 글로벌 탈탄소 흐름 속에서 ESG 전환이 시급한 분야다.
본지가 2024년 주요 철강사의 지속가능보고서를 살펴보면, 탄소 감축 실적은 미진하고, 안전·환경 분야의 후진성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ESG 전략과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있다는 기업들의 보고서와 실제 수치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 포스코…장기 전략 강조 속 감축 성과 제한적, 안전지표엔 경고등
국내 대표 철강사 포스코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운영하면서도 수소환원제철 등 장기 전략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러나 2024년 수치상으로는 탄소감축 효과는 제한적이다. 온실가스 Scope1·2 배출량은 2022년 대비 7030만톤에서 2024년 7119만톤으로 증가했다. 에너지 사용량은 3년 연속 증가세로 2024년에는 3억6000만톤을 넘겼다.
환경법규 위반은 13건으로 최근 3년 중 가장 많았으며 재해자 수는 2023년 7명에서 2024년 26명으로 급증했다. 반면 친환경차 보유 비중은 25.4%로 개선세를 보이고 있고 장애인 고용률은 약 3.7%로 법정 의무고용률(3.1%)을 넘었다.
◼ 동국제강, 탄소·에너지 지표는 개선세…약자 고용·산재는 뒷걸음
동국제강은 전기로 중심의 사업 구조를 기반으로 탄소·에너지 감축 실적이 가장 뚜렷한 기업으로 평가된다. 온실가스 Scope1·2 배출량은 2022년 159만톤에서 2024년 129만톤으로 감소했고, Scope3 배출량도 305만톤에서 248톤으로 줄였다. 에너지 사용량은 2022년 대비 약 16% 감소(2677만 톤 → 2239만 톤)를 기록했다.
수질오염, 폐기물, 먼지 배출량 등 대부분의 환경지표가 안정세를 보였다. 다만 산업재해는 2023년 대비 증가(18건), 장애인 고용률은 1.3%로 하락해 사회적 책임 측면에선 과제가 남는다.
◼ 세아제강, 조직·시스템 정비했지만 유해물질·공개 범위 ‘절반의 성공’
세아제강은 ESG 전담 조직을 정비하고 안전환경 조직을 강화하는 등 구조적 전환을 시도했지만, 주요 지표에서는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보다 소폭 감소했으나(7.5만톤 → 6.8만톤), 수질오염물질 배출량은 2023년 급증(28.16톤) 이후 2024년에도 19.65톤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유해화학물질 사용량은 2022년 2064톤에서 2024년 2347톤으로 증가했다. 산업재해율은 3년 연속 하락(0.23%)했지만, 법규 위반 건수는 3건으로 늘었다.
세아제강은 온실가스 Scope3 배출량을 공개하지 않았다. Scope3는 원재료 조달, 물류, 제품 사용·폐기 등 기업 외부 가치사슬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로 감축이 가장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드는 항목이다.
◼ 공시 투명성 강화…전주기 감축 전략은 ‘아직’
현대제철은 4개년치 데이터를 공개하며 비교적 투명한 ESG 공시를 이어가고 있다. 온실가스 Scope1·2는 2021년 2926만톤에서 2024년 2866만톤으로 완만한 감소세이고 에너지 사용량은 2023년 대비 소폭 줄었다. 그러나 온실가스 Scope3는 158만톤에서 591만톤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산업재해 사망자는 매년 1~2명 발생하고 있으며 2024년 괴롭힘 관련 중징계는 9건으로 집계되는 등 산업안전과 윤리 측면의 리스크가 여전히 높다. 장애인 고용률도 4년 연속 2%를 밑돌았다.
2024년 지속가능보고서에서 철강업계는 ‘저탄소 인증’이나 ‘공시 고도화’와 같은 형식적 대응은 강화했지만, 실제 온실가스 감축 성과와 환경·노동 지표 개선은 기업별로 격차가 컸다. 특히 Scope3 배출량 증가 또는 미공개, 반복되는 산재·윤리 리스크, 지역사회 및 공급망과의 갈등 회피 등은 보고서 속 ESG와 현장의 ESG 사이의 괴리를 드러낸다. 진짜 ESG는 보고서가 아니라 숫자에서 말한다. 실천의 격차가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