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25% 관세, 진짜 온다”

2025년 하반기, 한국 제조업에 ‘8월 위기설’이 현실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예고한 미국발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 조치가 8월 1일 발효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관세가 실제로 발효되면 현지 생산 비중이 낮은 기업일수록 충격은 더 큰데다가 10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종료를 앞두고 있어 한국산 자동차·철강·배터리·반도체가 줄줄이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이번 관세는 2018년 트럼프 1기 당시와는 결이 다르다. 특정 품목만 겨냥했던 과거와 달리, 전방위적 포괄 관세가 특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전 세계 57개국을 대상으로 상호관세 방침을 발표하고 90일 유예했다. 이달 8일 유예 종료 직전, 한국·일본·EU·멕시코 등 25개국 정상에게 직접 관세율 확정 서한을 보냈다. 한국에 통보된 관세율은 25%다.

정부는 여전히 협상을 시도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무역 불균형 해소’를 이유로 관세 부과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모든 품목을 대상으로 한 포괄적 관세가 동맹국까지 전방위 압박 중이다.

관세는 돈이 된다…유럽·중남미도 비상

유럽과 중남미도 긴장 상태다. 트럼프는 지난달 EU에 대해 관세를 20%에서 30%로 상향하며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에게도 서한을 보냈다. EU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미국의 의지가 완강하다. 30%의 관세를 예고받은 멕시코는 실용적 협상을 택했다.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합의에 이를 수 있다”면서 북부 국경지대 마약 카르텔 단속과 같은 조건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번 관세의 핵심은 미국산 제조업 보호다. 미국 정부는 트럼프의 상반기 관세 정책이 “엄청난 수입을 창출했다”고 평가한다. 지난 11일 미국 재무부 발표에 따르면 6월 관세수입은 총액 기준 272억 달러(약 37조 5000억원)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 가까이 증가했다. 6월 미국 연방 정부의 총세입이 전년 대비 13% 증가한 5260억 달러를 기록하며 월간 기준 사상 최고치에 올랐다. 반면 지출은 4990억 달러로 7% 줄어 미국은 270억 달러의 월간 재정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 7월 초 방미 협상에서 일단 관세 유예를 8월 1일까지 연장하는 데 성공했지만 실질적 타결까지는 난항이다. 한국 철강업계가 받은 타격도 크다. 포스코·현대제철의 미국 수출 철강재는 이미 50% 관세가 예고된 상태다. 자동차·배터리도 마찬가지다. 전기차 배터리 셀·팩의 현지 생산이 충분치 않은 삼성SDI·SK온 등은 부담이 커졌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구리도 관세폭탄…동맹국까지 전방위 압박

정부는 관세 발효 이후에도 협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14일 “지금부터가 본게임”이라며 ‘한미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반도체·배터리·조선 등 핵심 산업의 미국 투자와 협력을 확대해 제로섬을 포지티브섬으로 바꾸자는 전략이다. 그러나 미국은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요구하고 있다. 농산물·LNG 수입 확대, 미국산 AI·고정밀 지도 반출 등 민감한 사안도 협상 테이블에 올라 있다.

문제는 한국 기업의 탈출구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8월 1일부터 구리에 대해 50% 품목 관세 부과도 예고했다. 정제 구리를 비롯한 금속류는 미국 무기체계와 전력망, 자동차 제조에 필수다. 다만 백악관 관계자는 정제 구리 등에 대한 관세 조치는 최종 발표가 이뤄질 때까지 확정된 게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EU 기후세에 탈미국 전략도 ‘불안’…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신호탄

‘탈미국’을 선택하기도 쉽지 않다. 10월 EU CBAM(탄소국경조정세) 옴니버스 패키지 최종 투표를 앞두고 있어 상황 예측이 어렵다. 철강·화학 등 탄소 다배출 업종은 미국 관세에 더해 유럽 기후세라는 이중 부담에 놓이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를 단순한 무역 분쟁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신호탄으로 본다.
한국 제조업의 전면적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2025년 하반기, 한국 수출의 ‘위험한 8월’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