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보낸 관세 서한 (사진=트럼프 트루스 소셜 캡처)

■ 트럼프식 통보···25% 상호관세 부과 ‘경고장’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보낸 25% 상호관세 서한이 국내 제조업에 전방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실제 발효는 8월 1일로 유예됐지만, 철강과 자동차를 축으로 한 수출 산업은 이미 타격을 입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통상 외교 역량이 정면 시험대에 오른 상황에서 협상 여지를 남긴 ‘트럼프식 통보’가 시장에 던진 불확실성의 비용은 현실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을 수신자로 지정한 서한에서 “2025년 8월 1일부터 우리는 미국으로 보낸 모든 한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이 관세는 모든 품목별 관세와 별도”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한국에 총 25%의 상호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이 중 10%는 전 세계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기본 관세다. 나머지 15%가 대한국 무역적자를 기반으로 산출한 맞춤형 관세로 8일까지 유예된 상태였다. 이번 서한을 통해 관세 발효 시한은 다시 한번 8월 1일로 연기됐다.

■ “이중관세는 아니야”…하지만 철강·자동차 수출 이미 타격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상호관세가 기존 품목별 관세에 ‘덧붙는’ 이중 과세는 아니다. 백악관은 한국산 자동차에는 기존대로 25%, 철강에는 최대 50%의 품목별 관세가 유지되며, 추가 상호관세가 붙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시장의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상호관세는 국가 단위로 일괄 적용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대미 수출 전반의 가격 경쟁력을 25%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수출 지표도 벌써 흔들리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상반기 전체 철강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지만, 대미 철강 수출은 4.3% 줄었다. 자동차는 더욱 심각하다. 전체 2.1% 감소에도 불구하고 대미 수출은 무려 16.4% 급감했다. 7월 상품 수지 흑자는 확대됐지만 이는 수입 감소에 따른 ‘불황형 흑자’에 가깝다. 주요 수출 품목인 철강·석유제품·자동차가 모두 부진하며 제조업 기반에 균열이 가고 있다.

4월 2일 국가별 상호관세 발표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외교·통상 총력전…맞춤형 양보안 급부상

이같은 여파에 정부는 ▲상호 호혜적 무역 협상을 위한 전방위 외교 강화 ▲디지털 비관세 장벽 완화 등 협상 의제 확대 ▲관세 유예 연장 및 세율 조정을 위한 추가 제안 준비를 대안으로 유예 연장의 마지막 기회에 총력을 펼칠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관세는 양국 간 관계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무역 이슈를 넘어 외교·안보 카드로 확장될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이다. 이번 관세율이 수학적 근거보다 정치적 의도에 따라 정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베트남은 미국 내 생산 설비 확대, 비관세 장벽 일부 해제 등을 조건으로 상호관세 면제를 받아냈다. 이는 한국도 맞춤형 양보안을 준비해야 한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특유의 협상 지렛대 전략을 감안할 때, 현지 투자 확대·디지털 규제 완화 등 실질적 양보가 관세 유예의 조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철강·자동차·전기전자 업종은 중남미·동남아 등 제3국 우회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는 조언도 함께 나온다.

관세는 아직 시행되지 않았지만 기업과 산업계는 벌써부터 가격 조정과 시장 대체 전략을 고민 중이다. 트럼프가 보낸 '관세 편지'는 단순한 무역 압박이 아니라 한국 제조업의 체질을 흔드는 외교 전략의 일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