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AI 고속도로’ 구축을 공식화하며 한국 산업 정책이 대전환기를 맞았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총 16조 원 이상을 투입해 국가 AI 인프라를 조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이 정책은 단순한 디지털 인프라 투자를 넘어 데이터·반도체·클라우드·에너지에 이르는 산업 밸류체인 전반을 재편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정부는 먼저 첨단 GPU 5만 개를 확보하고 국산 AI 반도체 기술 고도화를 추진한다. 이와 함께 대형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 고도화를 병행하고, 10만 명 규모의 AI 전문인력 양성 계획도 수립했다. 이른바 ‘소버린 AI 체계’로 명명된 이 전략은 모든 핵심 인프라를 국산화해 수직계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CAPEX 세액공제, 전력요금 특례, AI 전용펀드 등 정책적 유인을 마련해 민간 투자도 유도한다.
실제 실행력도 빠르게 갖춰지고 있다. 2024년 국가인공지능위원회가 출범했고, 2025년에는 대통령 직속 ‘AI 미래기획수석’이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2026년에는 AI 기본법이 시행될 예정으로, 데이터 사용 규범과 윤리 책임 등도 법제화된다. 이에 따라 공공·민간 데이터는 1만 종 이상으로 개방되고, 데이터 가치평가·품질인증제가 도입된다.
초고속 네트워크와 AI 데이터센터 중심의 인프라 재편도 본격화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서울~부산 간 800Gbps 백본망을 구축했으며, AI 데이터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과 보안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확대 중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울산을 비롯한 비수도권까지 확장되고 있으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협업도 기대를 모은다.
국산 AI 반도체 개발도 활발하다. 정부는 연간 최대 4,000억 원을 투자해 ‘K-클라우드’와 연계한 실증 및 상용화를 추진 중이며, 이를 통해 현재 3%에 불과한 국산 반도체 점유율을 2028년까지 2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는 곧 AI 데이터센터에 국산 GPU·NPU가 대거 도입된다는 의미로, 국내 공급망 자립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측면에서도 AI 인프라 구축은 친환경 전환과 맞물려 있다. 정부는 데이터센터의 재생에너지 비중을 45%까지 확대하고, 액침냉각 등 고효율 전력 설비를 확대 보급하고 있다. 연간 1TWh에 달하는 전력 수요를 감안할 때, 친환경 설비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고 있다.
이 가운데 지엔씨에너지는 국내 데이터센터 비상발전기 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상업 가동하며 신재생 백업 전원 시장을 선점했다. 또한 SK텔레콤은 AWS와 합작으로 7조 원 규모 울산 AI 데이터센터를 조성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연간 1조 원의 AI 관련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생성형 AI 수요 급증에 대응해 네이버, 현대건설, 그리드위즈가 AI 인프라 구축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네이버는 국내 최대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통해 고성능 AI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으며, 자체 클라우드 기반의 HyperCLOVA X 플랫폼으로 AI 학습 수요에 대응 중이다. 미국 내 데이터센터 구축도 검토 중이다.
현대건설은 ‘각 세종’을 비롯한 다수의 AI 데이터센터 시공 경험을 바탕으로 고효율·친환경 설계를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운다. 글로벌 진출도 추진 중이다. 그리드위즈는 AI 기반 에너지 최적화 솔루션을 제공하며, 데이터센터 전력 관리와 ESS 기반 전력계약(PPA)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2027년까지 40MW급 발전자산 확보도 목표다.
이번 AI 고속도로 정책은 인프라 구축을 넘어 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한다. 이재명 정부의 방향처럼 인프라·반도체·데이터·인재를 하나의 유기적 생태계로 엮는 전략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한국은 글로벌 AI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실질적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 필자인 한용희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SBS Biz, 한국경제TV 등에 출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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