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재건축 현장. (사진=연합뉴스)
비상장 대형건설사들이 원자잿값 상승과 외주비 상승 등으로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몇 년 간 부동산 호황기에 쌓아놓은 수주를 바탕으로 덩치를 키우고 있으나 실속을 챙기지 못하는 모양새다.
16일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4일을 기준으로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중 비상장 대형건설사 4곳(현대엔지니어링·포스코이앤씨·롯데건설·SK에코플랜트)이 올해 상반기 실적을 모두 공시했다.
■ 현대엔지니어링, 매출 급성장에 수익성 반등…원가율 고공행진 아쉬움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8조1576억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42.7% 급증했다. 매출 성장에 힘입어 영업이익도 1년 전보다 33.8% 증가한 1392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외형 성장은 국내외 건축·주택 사업이 이끌었다. 해당 사업 상반기 매출은 5조3609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63.3% 늘었다. 해외 대규모 데이터센터·배터리공장 등 산업건축 먹거리 확대와 국내 도시정비를 포함한 주택사업 확장의 결과다.
현대엔지니어링의 호실적 속 매출원가율은 옥에 티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매출원가율은 95.7%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0.8%p 늘어난 수치다. 외주비의 상승이 가팔랐다. 매출원가(7조8102억원)가 전년 동기 대비 44.0% 증가한 가운데 외주비(5조1117억원)는 56.7%가 올랐다. 판관비는 20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5% 증가하면서 비교적 영향력이 제한적이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무차입 경영 기조 속에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지난해 말 부채비율이 108.0%에서 올해 6월 말 기준으로는 112.9%로 소폭 상승했다.
■ 포스코이앤씨, 주택 중심 포트폴리오…대손상각비에 '발목'
포스코이앤씨는 연결 기준 올해 상반기 매출이 5조40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조9546억원)과 비교했을 때 1.7% 상승했다.
포스코이앤씨의 전체적인 매출은 주택 사업이 이끌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주택 사업을 포함한 국내 건축사업 매출이 2조521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781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13억원과 비교하면 29.8%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2.3%에서 1.6%로 하락했다. 매출총이익은 2925억원, 매출총이익률(GPM)은 5.8%로 비교적 양호한 성적표를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포스코이앤씨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는 배경에는 높은 판관비가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상반기 판관비로 2144억원을 지불했다. 1년 전(1612억원)과 비교하면 33.0% 급증한 수치다. 대손상각비가 71억원에서 326억원으로 늘어난 영향이 컸다. 매출원가율이 94.2%로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했을 때 0.3%p 낮아졌지만 영업이익 하락을 막지 못했다.
재무건전성은 좋아지고 있다. 포스코이앤씨의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135.6%이나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이보다 8.0%p 낮아진 127.6%를 기록했다.
■ 롯데건설, 높아진 원가율에도 수익성 선방
롯데건설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4조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5% 급증했다. 국내 건축 공사 매출이 2조5269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39.6% 늘어난 결과다.
롯데건설의 매출총이익은 224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842억원)와 비교했을 때 21.2% 감소했다. 원자잿값 상승 등의 영향으로 매출원가율이 같은 기간 90.7%에서 94.4%로 확대한 탓이다.
롯데건설은 원가율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을 지켰다. 영업이익은 1112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0.5% 상승했다. 지난해 상반기 판관비가 1726억원이었으나 올해는 같은 기간 1201억원으로 500억원 가량을 절감했다. 73억원 가량의 대손상각비 환입과 더불어 지급수수료, 광고선전비 등의 감소가 있었다.
도시정비사업 등에서 선별수주 전략에 따라 경쟁입찰 리스크도 줄었다는 게 롯데건설의 설명이다. 경쟁 수주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비용을 판관비에 포함해야 하는데 이 같은 지출을 최소화했다는 거다.
재무건전성 회복에도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롯데건설의 지난해말 부채비율은 235.3%였으나 올해 6월 말 기준으로는 204.9%까지 낮아졌다. 유동계약부채가 1조4518억원에서 9010억원까지 줄었다. 장기차입금도 9360억원에서 6124억원까지 감소했다.
■ SK에코플랜트, 환경사업 잘나가는데…전반적인 실적은 아쉬움
SK에코플랜트는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환경사업의 실적 개선이 눈에 띈다. 다만 여전히 포트폴리오에서 전통적인 건설업이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원자잿값 상승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SK에코플랜트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4조26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했다. 반도체·건축부문 실적 성장과 더불어 환경·자회사 실적 반영에 따른 결과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8.7% 감소한 1264억원을 기록하며 역성장했다. 자회사 SK에코엔지니어링, SK오션플랜트의 영업이익률 감소가 수익성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SK에코플랜트의 설명이다. 특히 판관비가 크게 늘었다. 원가율은 90.1%에서 89.7%로 소폭 낮아졌으나 판관비는 2111억원에서 3115억원으로 47.6% 급증했다.
전반적인 수익성은 악화했으나 신사업으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건 친환경 사업이 리뉴어스(옛 환경시설관리)의 실적 개선 등 성과를 거뒀다. 환경사업의 전체 매출액은 77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64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3년 간 환경·에너지 기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했다. 최근 그룹 리밸런싱(사업재편) 전략에 맞춰 반도체 모듈 기업 에센코어(Essencore), 산업용 가스 기업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등 2개 기업의 자회사 편입도 추진 중이다. 반도체 리사이클링 분야와 반도체 관련 EPC(설계·조달·시공) 및 탄소 포집·활용 등 친환경 기술 분야에서 상승 작용을 기대 중이다.
이 같은 SK에코플랜트의 변화는 자본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이달 초 발행한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금액의 8배 자금이 몰려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의 원가율이 여전히 전반적으로 높다"면서 "원가율은 이제 더 오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올랐으나 미분양에 대한 리스크도 여전한 만큼 빠른 쌓인다면 업계의 단기간 내 드라마틱한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