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로부터) 최윤범 고려아연 대표이사 회장, 장형진 대표이사 회장,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사진=각 사)

고려아연이 지난 2021년 투자한 정석기업 지분을 한진칼에 매각하면서 해당 투자가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파킹딜’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대주주 측인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이용한 행위라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고려아연 측은 "투자는 법적으로 문제없었고 수익률도 일정 수준 확보됐다"며 정당한 경영 판단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투자 구조와 회수… ‘정상 거래’ vs ‘파킹 딜’

고려아연은 지분 99.2%를 출자한 사모펀드(저스티스 1호 펀드)를 통해 한진그룹의 부동산 임대 계열사인 정석기업 지분 12.22%(15만 469주)를 481억5000만원에 취득했다. 펀드 운용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중학교 동창으로 알려진 지창배 대표가 이끄는 원아시아파트너스가 맡았다.

이후 펀드는 2023년 청산됐고 정석기업 지분은 고려아연 측에 현물로 분배됐다. 그리고 올해 5월 한진칼은 정석기업 지분 전량을 약 520억 원에 재매입했다. 4년 만에 투자 원금 수준에서 회수가 이뤄진 셈이다.

이 거래에 대해 영풍과 MBK는 “사실상 한진 오너가의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주식 파킹’이었다”며 “회사가 본업과 무관한 기업에 자금을 투입해 오너 일가를 지원한 전형적인 자금 유용 사례”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내부 수익률(IRR)이 국채 수익률에도 못 미쳤다며 경제적 타당성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고려아연 측은 해당 주장이 왜곡됐다고 일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정석기업 주식 매도는 사전에 설정된 콜옵션 행사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법률 자문을 거쳐 적법하게 처리했다”며 “투자 당시 정석기업은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우량 비상장 기업으로 평가됐고, 전체 펀드 자산의 일부로서 분산 투자 차원에서 이뤄진 정상적인 금융 투자였다”고 강조했다.

법적 위법성은 없어… 경영 판단의 영역

실제로 정석기업은 오랜 기간 흑자경영과 배당을 이어온 한진그룹 계열사로, 당시 일부 금융권에서는 “정석기업 투자 목적이 배당 수익 확보”라는 분석도 있었다. 당시 저금리 환경 속에서 정기예금 등 전통적 투자 수단의 수익률이 낮았고, 정석기업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매력적인 투자처로 분류되기도 했다.

또한 고려아연은 “당시 투자는 회사가 직접 투자한 것이 아니라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였고, 펀드 청산 이후 현물 배당으로 지분을 보유하게 된 것일 뿐”이라며 “원금 회수는 물론 일정 수준의 수익도 거뒀기 때문에 회사에 손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법률적 관점에서 보면 이번 거래가 현행 자본시장법이나 상법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 콜옵션을 포함한 투자 계약은 사모펀드 구조상 자주 활용되는 합법적 방식이며 제3자를 통한 비상장주식 보유 역시 규제 대상이 아니다. 다만 오너와의 관계, 본업과의 무관성 등은 도덕적 판단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이에 대해 자본시장 관계자는 “형식적으로는 법적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기업지배구조나 이해상충 이슈 측면에서는 지속적인 논란이 될 수 있다”며 “특히 최대주주 측과 이사진 간 경영권 분쟁이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정치적으로 해석되기 쉽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