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3일 공개한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모자 (사진=연합뉴스)
미국이 조선업 부활을 꾀하고 있다. 이른바 마스가(MASGA,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다. 이는 우리나라가 미국과 무역협상을 진행하면서 내세운 카드다. 결국 한국 조선업이 미국의 바다를 지킬 해양 동맹으로 떠오른 셈이다.
한때 세계를 주름잡던 미국의 조선 기술은 20세기 후반을 지나며 급속도로 쇠퇴됐다. 근본 원인으로 지적되는 것은 1920년에 제정된 존스법이다. 미국 국내 조선소에서, 미국 노동자로, 미국 부품으로 지은 선박만이 자국 해안 운송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강제한 이 법은 결국 미국 조선업의 국제 경쟁력을 스스로 죽이는 결과를 낳았다.
■ 쇠퇴한 美 조선업… 절박한 ‘외부 수혈’
미 해군정보국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연간 선박 생산 능력은 10만GT로 중국의 232분의 1 수준이다. 항공모함 건조 지연은 물론이고, 군함 정비만 평균 31개월이 걸린다. 지난해 미군 구축함들의 수리 지연 기간은 총 2633일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국 내 선박의 평균 연식은 40년을 넘겼다. 미 해군이 자체적으로 운용 중인 보급함 중 실제 가동 가능한 비율은 30%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MASGA 프로젝트의 핵심은 한국과 미국이 1500억 달러(약 200조원) 규모 ‘조선 협력 펀드’ 등을 조성해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다. 여기엔 조선소 신설부터 유지·보수·정비(MRO), 기자재 공급망 강화까지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내용이 담겨 있다.
■ K조선에 열린 문…상선 동맹국 파트너십법 발의
국내 조선사는 이미 미국 내 MRO사업 진출을 위한 사전 협의에 착수했다. 특히 한화그룹은 MASGA 내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한·미 관세 협상 직전 한화오션 산하의 필리조선소를 기반으로 신규 조선소 건설과 인력 양성, 공급망 재구축, 선박 MRO를 주도하겠다는 청사진을 미국 측에 제시했다.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던 HD현대는 美 텍사스에 기술협력센터를 설립하고, 미 해군과의 무인함정 공동개발을 위한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 한국 조선 인력을 양성하고 훈련하는 인력 협력 프로그램도 추진 중이다.
중국 내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선박 (사진=연합뉴스)
■ 기회만큼 커지는 리스크…정치변수·내부반발·국내 생태계 파괴
MASGA 프로젝트는 기대만큼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존스법, 번스-톨레프슨법 등 기존 법제는 부품 조달·현지 인력 채용에 제약이 있다. 상선 동맹국 파트너십법이 발의됐지만 아직 의회 통과 전 단계다. 노동계 반발과 공화·민주 간 이견으로 인해 입법화까지는 변수도 많다. 일부 미국 조선업계는 “한국 기업에 일자리를 빼앗긴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치적 변수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또 한국 기업이 미 해군과 군사·기술 협력 확대 시 중국의 기술 보복·무역 제재 우려가 있다. 특히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은 민감 기술을 동시에 다루고 있어 균형 외교에 주의가 필요하다.
MASGA는 단순한 산업 정책이 아니다. 미국의 해양 패권 재건이라는 국가 전략이다. 해양 패권을 재건하기 위한 미국의 선택에 따라 한국 조선업은 미국 안보의 핵심 산업 파트너로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