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 (사진=연합뉴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개정안)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노동계는 “실질적인 사용자 책임을 강화해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하자”는 입장이고, 경영계는 “기업 활동을 마비시킬 악법”이라고 맞서고 있다. 극단적으로 엇갈린 주장 속에는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과장된 해석이나 왜곡된 정보도 적지 않다.
■ 모든 원청이 사용자 된다? NO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제2조에 ‘노동조건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자도 사용자로 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는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 있어 경영에 치명적 부담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개정안은 원청 모두를 자동으로 사용자로 규정하지 않는다. 단순 도급 계약만으로는 사용자로 보기 어렵고 실제 근로조건에 개입했는지가 기준이 된다.
■ 하청노조와 1년 내내 교섭해야 한다? 과장
일부에서는 “원청이 수백 개 하청노조와 연중무휴 교섭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고용노동부는 “단체교섭 의무는 실질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한 원청에만 해당되며, 일률적으로 교섭을 강제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민주당도 “하청노조가 근로조건 변경에 따라 교섭을 요청할 수 있을 뿐, 무작위로 교섭을 남발하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법 시행 이후에는 원·하청 간 교섭에 관한 세부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계획이다.
■ 쟁의 범위 확대, 기업 부담? YES
개정안은 노동쟁의의 범위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까지로 확대했다. 쟁의행위의 대상이 ‘근로조건’뿐 아니라 ‘사업상 결정 중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까지 확대되면서 기업에게 실질적인 부담이 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해외 투자, 생산라인 이전, 공장 증설 같은 조치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석되면 노조가 쟁의에 나설 수 있다. 업계에서는 “쟁의 범위가 확장되면 노조의 해석에 따라 기업의 경영상 결정이 제약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노조 측의 판단에 상당 부분을 의존하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는 것이다.
■ 불법파업도 면책된다? NO
개정안은 노조법에 따른 정당한 쟁의행위에 한해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폭력, 기물 파손 등 불법행위까지 보호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당한 쟁의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전에 조정 절차를 거쳐야 하며 파업의 사유도 임금이나 근로조건에 한정된다. 따라서 ‘모든 파업에 면죄부를 준다’는 주장은 과장이다.
또한 개정안은 부진정연대책임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조합원의 지위와 역할 ▲쟁의 참여 정도 ▲손해에 대한 관여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임을 분산·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장치다.
■ 하청 파업이 원청에 타격? YES
노란봉투법이 아니더라도 하청노조의 파업이 원청에 실질적인 피해를 주는 사례는 이미 존재한다. 사용자 확대 조항이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된다는 주장은 이 같은 현실에 기반하고 있다.
하청노조 파업으로 인한 차량 출고 지연은 자동차 회사의 본사를 향하게 된다. 과거 CJ대한통운 택배노조의 파업 장기화는 지역별 택배 대란과 함께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불러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노란봉투법이 원청에 제어 불가능한 리스크까지 떠넘길 수 있다”며 우려한다.
노란봉투법은 7월 임시국회에서 상정되지 못한 채 8월 국회 본회의로 넘어왔다. 본회의는 21일 예정돼 있으나, 국민의힘이 모든 쟁점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예고한 상태여서 표결이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동권 보장과 기업 경영 안정성은 대립이 아닌 균형의 대상이다. 불신과 갈등을 반복하는 노동현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양측 모두에게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는 법제도 마련이 핵심이다. 법은 명확해야 하며, 법적 책임은 실질적 영향력에 기반해 귀속돼야 한다. 그 균형점을 찾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프레임이 아니라 정교한 설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