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권의 유리천장은 여전히 공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연합뉴스)
전 세계적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바람에도 국내 금융권의 유리천장은 여전히 공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방은행은 물론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도 여성 임원 비율이 현저히 낮았다. 여성 임원 중요성은 갈수록 중요해지지만 금융권은 당장은 어렵다는 이유로 노력을 꺼리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4대 은행의 임원 117명 중 여성은 8명(6.83%)에 불과했다. 총 33명의 등기임원 중 여성은 2명뿐이었다. 미등기임원(84명) 중에선 6명만 여성이었다.
특히 우리은행은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다. 신한은행은 여성 미등기임원만 있고, 등기임원은 모두 남성으로 구성됐다.
지방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6대 지방은행(광주·전북·부산·경남·대구·제주) 임원 120명 중 여성 임원은 지난해 말 4명(3.33%)뿐이었다. 여성 미등기임원도 3명(3.84%)으로 광주은행과 전북은행, 제주은행은 모두 남성이었다. 등기임원의 경우 제주은행이 유일하게 정순여 사외이사가 이름을 올렸다.
여성 임원의 중요성은 금융권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중요해지고 있다. ESG 경영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여성 임원에 따라 S(사회)나 G(지배구조) 부문에서 고득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평가 기관은 다르지만 양성평등을 위한 노력을 했다는 의미로 높은 점수를 매기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ESG를 강조하고 최소한의 여성 임원 선임을 보장하는 입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월 국회 본회의에서는 상장기업 이사회에 반드시 여성 이사를 두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에 따라 내년 8월부터 자산 2조원 이상인 주권상장법인은 이사 전원을 특정 성별로 구성할 수 없다.
결국 은행권도 당장은 아니지만 변화의 바람이 불 수밖에 없다. 이미 일부 은행은 여성임원을 적극적으로 선임하고 있다. 국내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의 경우 임원은 총 47명으로 전체 25.53%(12명)가 여성이다. 등기임원은 12명 중 33.33%(4명)를 여성으로 채용하고 있다.
특히 씨티은행은 국내 첫 여성 행장인 유명순 은행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사회 임원에 이미현 사외이사와 함께 SC제일은행의 경우 지난달 영업부 총괄(트랜잭션뱅킹) 전무에 양정원 상무를 선임해 여성 임원이 6명에서 7명으로 늘어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토종 은행권은 타 금융권의 비해 변화가 느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은행들은 당장 바뀌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사회 분위기와 조직 문화로 인해 현재 임원 물망에 오를만한 여성이 적다”며 “장기적으로 점차 여성 비율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현재의 유리천장이 깨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의무적으로라도 여성 이사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