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노동공약 ‘근로자 추정제도’
지난 6월 3일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일반적으로 보수정당은 ‘고용유연성 확보’ 혹은 ‘쉬운해고’와 관련된 공약을 내세우고, 진보정당은 해고 문제와 관련해 명징한 공약을 내세우지는 않는 편이다. 그 이유는 현재의 법령과 제도 아래에서도 해고는 상당히 어렵기에, 굳이 제도를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받기는 정말 어려운 문제다.
이재명 대통령의 노동공약을 살펴봐도 역시 해고와 관련된 뚜렷한 공약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 소위 ‘노동법 밖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 ‘근로자 추정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근로자 추정제도’를 쉽게 설명해보면 이렇다. 기업이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한 상대방과 그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면, 프리랜서는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주로 노동위원회에서 다투게 된다. 현재는 프리랜서가 “나는 가짜 프리랜서이며 사실은 근로자였다”는 점을 증명하는 1차 관문을 통과해야 비로소 해고의 정당성을 다툴 자격이 주어진다.
하지만 ‘근로자 추정제도’에 따르면 프리랜서 계약 체결자를 계약명칭, 계약의 내용과 관계없이 일단 근로자로 간주한 후 기업이 “진짜 프리랜서가 맞다”는 점을 증명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짜 프리랜서와 진짜 프리랜서, 과연 법에서 말하는 이 둘의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진짜 프리랜서와 가짜 프리랜서 판단 기준
대법원은 프리랜서가 진짜 프리랜서인지 가짜 프리랜서로서 근로자인지를 판단할 때 총 10여 가지의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이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준이 참 많기에 기업들은 노무관리에 어려움을 느끼고, 프리랜서 역시 분쟁 발생 시 어떤 기준에 초점을 맞춰 대응해야 할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다만 10여 가지의 기준 중,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판단기준은 있기에 선택과 집중이 가능하다. 아래에서는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정·판결사례 및 직접 해고사건을 대리해 수행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진짜 프리랜서와 가짜 프리랜서를 구분하는 핵심 기준들을 제시한다.
1. 핵심 - 계약서의 기재내용
기업이 프리랜서 계약임을 주장하면서 그 계약서의 명칭을 ‘근로계약서’라고 정했다면 기업 측의 “진짜 프리랜서가 맞다”는 주장은 99%가 넘는 확률로 인정되지 않는다. 설령 계약서의 명칭이 ‘근로계약서’가 아닌 ‘프리랜서 계약서’일 지라도 그 계약서의 본문에 근로시간, 근무장소, 복무 시 지켜야 할 기준 등 근로계약서와 별반 다르지 않은 내용을 기재했다면 대부분은 ‘가짜 프리랜서’로 판단한다.
계약체결 시점 기업과 프리랜서 양 당사자가 ‘근로자’임을 인식하고 계약해놓고, 뒤늦게 이와 다른 주장을 펴는 것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2. 업무의 성격
프리랜서 계약은 ‘프리랜서가 자율적으로 일하고, 일한 시간이 아닌 일의 결과물에 근거해 보수를 지급하겠다’가 그 계약의 본질이다.
즉, 자율적으로 일하는 것이 사실상 맞지 않는 업무의 경우 아무리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하고 운영하더라도 인정받기 쉽지 않다. 대표적으로 요식업종에서 주방과 홀 업무, 기업의 staff 직군에 해당 되는 업무, 해당 기업 내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하는 근로자가 이미 존재하는 경우 등은 아무리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하고 운영과정에서 주의를 기울이더라도 ‘진짜 프리랜서’로 인정받기 요원하다.
IT 기업의 경우 특정 PJT(프로젝트)를 수행할 개발자가 부족해 외부 개발자와 프리랜서 계약을 한 후, 내부 PL, PM의 통제를 받아 근무시키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이 경우도 ‘진짜 프리랜서’로 인정받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3. 업무수행 프로세스
자유롭게 일하고 결과물로 평가하여 보수를 지급하는 프리랜서 계약을 했음에도, 기업에서는 결과물의 수준 제고 및 업무 효율성을 이유로 프리랜서의 업무수행 과정을 통제하고 싶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프리랜서에게 회의체 등에 참석할 것을 사실상 강제해 업무를 지시하고 - 중간보고 – 피드백 및 보완지시 – 최종 결과보고 – 피드백 및 보완지시 등의 과정을 거치도록 하여 통제한다면 이는 ‘가짜 프리랜서’로 판단될 여지가 상당한 것이다.
4. 보수의 성격
지급되는 보수의 성격이 시간 또는 일한 날을 기준으로 산정된다면 이는 전형적인 임금으로서 진짜 프리랜서가 아닌 가짜 프리랜서 즉, 근로자로 간주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면 학원강사의 경우 월정액 강사, 시간급제 강사는 대부분 ‘가짜 프리랜서’로 간주되지만 소위 비율제(수강생이 지불한 수강료의 일정비율을 보수로 받는 경우) 강사의 경우 ‘진짜 프리랜서’로 간주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5. 계약서에서 정한 업무 VS 실제 수행한 업무
근로자는 근로하기로 정한 시간 동안 ‘노동력 처분권한’을 사용자에게 포괄적으로 위임한 사람이다. 즉 어떤 일을 하게 될지는 근로계약서의 기재 내용보다 그 일을 시키는 사람의 필요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보통이고, 따라서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업무내용과 실제 하는 일이 불일치하는 경우가 상시적으로 발생한다.
그러나 프리랜서에게도 눈에 보인다는 이유로, 일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계약서에서 정한 업무와 무관하게 이런저런 일을 시켜서 계약서에 기재된 업무내용과 실제 수행한 업무내용이 불일치하는 경우, ‘가짜 프리랜서’로 판단될 여지가 상당히 높아진다.
6. 기타기준
근무장소와 근무시간을 정한다거나, 근로자들에게 적용하는 취업규칙을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 역시 ‘가짜 프리랜서’로 판단될 가능성이 상당해진다. 반면, 원천징수 방식(소위 3.3프로 계약), 4대보험 가입유무, 작업에 필요한 도구와 비품 등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의 판단기준은 ‘진짜 프리랜서’와 ‘가짜 프리랜서’를 구분하는데 중요한 기준은 아니다.
마무리
아직도 많은 기업에서 ‘가짜 프리랜서’임에도 ‘진짜 프리랜서’라고 철석같이 믿고 프리랜서 계약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또 노동위원회, 법원 등에서 “나는 가짜 프리랜서였습니다”라는 주장을 통해 근로자가 누려야 할 정당한 권리를 찾고자 하는 외침 또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근로자 추정제도’에 따른 변화된 노동환경의 모습은 그 제도가 어떤 법령에 어떤 문구로 구현될지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 모쪼록 기업과 프리랜서 모두에게 그 신분상의 불확실성을 해소해, 관련 분쟁 발생을 낮추는데 혁혁한 기여를 할 수 있기 바란다.
■ 이종언 노무사는 현재 노무법인 평정의 대표 노무사로서 고려대학교 재료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2008년 공인노무사 자격을 취득한 후 LG이노텍 인사담당 과장, 노무법인 유앤 수석노무사를 역임했다.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사건을 다수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기업자문, 해고사건 수행, 관련 컨설팅 및 유튜브 채널 [해고라광장]을 운영하는 등 해고와 관련되어 활발히 활동 중이다.